학술성과

도시인문학총서

도시인문학총서 26 : 포스트휴머니즘의 쟁점들

제목 포스트휴머니즘의 쟁점들

지은이 강우성, 김성호, 박인찬, 유선무, 이동신, 정희원, 황정아


< 책 소개 >




왜 지금 포스트휴먼인가?


유전공학, 로봇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 등 매 순간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 존재는 양방향의 갈림길 위에 서 있다. 기술 발전의 주체로서 인간은 타자로서의 세계를 계속해서 호령할 것인가, 아니면 그 세계와 스스로의 존재가 분리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연-문화 연속체”(브라이도티)인 세계의 일부로서 스스로를 재정의해 나갈 것인가?


기술 발전과 기후위기 시대의 인간존재론으로서 포스트휴먼은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를 꿈꾸고, 지구를 오랫동안 점거해온 생명체로서 인간이 비인간주체들과 공존하는 시대의 윤리를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지한다. 포스트휴먼이란 근본적인 의미에서 “근대 휴머니즘의 근간이 되는 인간, 유럽, 백인, 남성 중심주의적인 인간 개념을 해체하고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인간 개념을 모색하려는 시도”(박인찬)이기 때문이다.


포스트휴먼을 둘러싼 쟁점 1 : 어떤 포스트휴머니즘이 필요한가?


이 책에 따르면 포스트(post)라는 접두사는 ‘이후의’와 ‘다음의’의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후의’로 해석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은 휴머니즘의 종언을 가정할 테고, ‘다음의’로 해석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은 휴머니즘의 계승을 함축한다.(박인찬, 21~22쪽) 포스트휴먼과 동의어처럼 쓰이는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용어도 있다. 그러나 트랜스휴머니즘 역시 “합리적 휴머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보스트롬)는 인정이 나온다.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비판 속에서 “근대 휴머니즘의 극복이면서 동시에 휴머니즘의 재창조”(24쪽)를 지향하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을 지지하는 사상가들도 있다.


이 책은 포스트휴머니즘을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들을 다양한 시선에서 검토하면서, 우리에게 지금 ‘어떤’ 포스트휴머니즘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은 과연 ‘포스트’ 시대의 새로운 해방적 가치인가? 아니면 근대적 휴머니즘과 단절될 수 없는 연장선상에 놓이는가? 포스트휴머니즘을 이 세계에 유익한 새로움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정향하기 위해서는 어떤 비판적인 사유 실험들이 필요한 것일까?


포스트휴먼을 둘러싼 쟁점 2 : 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포스트휴먼 논의와 함께 동물권, 동물연구, 동물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동물로의 선회’(Animal Turn)라 부를 만한 현상이 전 사회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황정아의 글 「동물과 인간의 ‘(부)적절한’ 경계 : 아감벤과 데리다의 동물담론을 중심으로」가 이 문제를 고찰한다.


황정아는 이러한 유행의 한가운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의 동물 담론은 인간 역시 동물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 인간 중심성에서 자유로운가? 아니면 인간의 동물화에 내포되어 있는 인간 중심성을 극복하고자 하는가? 황정아의 글은 아감벤, 데리다,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들의 생각 속에서 동물에 대한 사유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지를 검토한다.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복잡한 경계가 제기하는 여러 논점들을 숙고하면서 ‘동물로의 선회’가 인간에게 던져주는 도전을 직시하자고 말한다.


포스트휴먼을 둘러싼 쟁점 3 :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가?


인공지능 역시 포스트휴먼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딥 블루, 알파고, 이루다는 물론이고,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와 문학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존재가 인간에 대해서 제기하는 질문들을 우리는 충분히 숙고하고 있을까?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검토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발명된 존재라는 지위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자율성을 갖게 될까? 왜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정보처리나 지적 사유 능력을 넘어 감정 능력을 부여하고자 하는가? 인간이 기계에서 공감을 얻고자 하는 것은 기계와의 연속성을 꿈꾸는 것인가, 아니면 자기중심적인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인공지능 시대는 이처럼 인간과 세계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강우성의 글 「인공지능시대의 인간중심주의와 타자화」는 인공지능에 대해 제기되는 여러 질문들이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되는 것은 아닌지를 성찰한다(215~216쪽). <엑스 마키나>, <언더 더 스킨> 같은 영화에 대한 비평을 경유하여 필자는 인공지능 문화콘텐츠와 담론에서도 여전히 드러나는 소수자에 대한 괴물화와 타자화의 논리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2021년 한국 사회가 이루다 사건에서 배울 것


딥블루와 알파고의 대국이 인류 정보기술 역사에서 중요한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한편,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속의 ‘빅스비’는 여성의 목소리로 안내하고 응대한다. 이 책에 따르면 기술이 첨단을 향해 달려갈 때 그 생산물이자 사회적 구성으로서 인공 생명을 둘러싼 젠더 체계는 여전히 사회의 젠더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항상 더 보수적인 방식으로 기존의 젠더 편견을 강화한다.


이 책의 마지막 글 「인공 행위자의 감정 능력과 젠더 이슈」에서 필자 정희원은 ‘여성’ 챗봇 ‘이루다’가 출현했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2020년 한국에서 챗봇은 왜 20대 미혼 여성, 또는 ‘여대생’일 수밖에 없는지 물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왜 인간은 인공 행위자에게 감정 능력을 부여하여 이를 소비하거나 착취하고자 하는가? 남성-인간이 여성-기계를 자신의 판타지를 충족하기 위한 대상으로 손쉽게 대상화할 때 맞닥뜨리는 위험을 경고하는 <엑스 마키나>에서처럼, ‘이루다’에게 일차적으로 부여된 역할은 유사 공감이나 유사 연애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정희원은 지적한다. 인간은 자신을 위무하기 위한 기계를 만들고 그것에 감정능력을 부여할 권리가 있는가? 이 글에 따르면 ‘이루다’는 이 질문을 남기고 사라졌다. 






< 목 차>




책머리에 : 인간중심주의와 그 이후 (정희원) 5


1부 포스트휴머니즘과 비인간주의

포스트휴먼으로 가는 길 :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를 중심으로 (박인찬) 14

동물과 인간의 ‘(부)적절한’ 경계 : 아감벤과 데리다의 동물담론을 중심으로 (황정아) 53

로런스와 스피노자 : 비인간주의와 정서·정동이론을 중심으로 (김성호) 89


2부 ‘신유물론’과 문학 읽기

신유물론 시대의 문학 읽기 (유선무) 123

좀비라는 것들 : 신사물론과 좀비 (이동신) 178


3부 인간중심주의, 안드로이드, 젠더

인공지능시대의 인간중심주의와 타자화 (강우성) 214

인공 행위자의 감정 능력과 젠더 이슈 : 『미래의 이브』와 여성 안드로이드 (정희원) 262


수록글 출처 302

글쓴이 소개 303 






< 글쓴이 소개 >




강우성

서울대 영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버팔로) 영문과에서 19세기 미국문학과 데리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성대학교에서 가르치다가 2008년부터 서울대학교 영문과와 비교문학과에서 미국문학, 영화, 비평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 : 프로이트 세미나』,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공저), Translated Poe(공저), 역서로 『미국, 변화인가 몰락인가』(공역), 『이론 이후 삶』(공역), 『어리석음』, 『팬데믹 패닉』, 『천하대혼돈』 등이 있다.


김성호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안과밖』 편집주간과 영미문학연구회 대표를 역임했고 동인지 『크리티카』의 발간에 참여했다. 영문학과 한국문학 외에 맑스주의와 들뢰즈 비평이론, 스피노자와 정서·정동론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왔다. 저서로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 : 세계의 소설론과 미학의 쟁점들』(공저), 『소설을 생각한다』(공저), 『부커상과 영소설의 자취 50년』(공저) 외, 역서로 슬라보예 지젝,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 세계금융위기와 자본주의』, 조너선 크레리, 『24/7 잠의 종말』, 데이비드 하비, 『자본주의와 경제적 이성의 광기』 등이 있다.


박인찬

숙명여자대학교 영문학부 교수. 미국문학과 SF를 주로 가르치며, 현대영미소설 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숙명인문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소설의 죽음 이후 : 최근미국소설론』, 역서로 토머스 핀천, 『블리딩엣지』, 『바인랜드』, 마거릿 버트하임 『공간의 역사』 등이 있다.


유선무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인디아나 대학에서 문학 박사, 문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영국 낭만주의 연구와 문화학, 비평 이론에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출판하였다. 현재 문학 비평의 정동적 전환에 관련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동신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현대미국소설과 포스트휴머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A Genealogy of Cyborgothic : Aesthetics and Ethics in the Age of Posthumanism, 『관계와 경계 : 코로나시대의 인간과 동물』(공저), 역서로 『갈라테아 2.2』 등이 있다.


정희원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 『안과밖』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영미문학연구회에서 발간하는 『영미문학연구』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영미문학에서 출발해서 도시문화와 도시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영미소설과 도시인문학』, 『18세기 도시』(공저), 『18세기의 방』(공저) 등이 있다.


황정아

서울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D. H. 로런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학평론가로서 현대 영국소설과 한국소설 및 비평이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한림대 한림과학원 HK교수로 재직하며 동아시아 개념사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 『개념비평의 인문학』,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편저), 『소설을 생각한다』(공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으로의 초대』(공저), 『부커상과 영소설의 자취 50년』(공저), 역서로 『단일한 근대성』, 『아메리카의 망명자』,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도둑맞은 세계화』, 『이런 사랑』, 『컬러 오브 워터』,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쿠바의 헤밍웨이』, 『패니와 애니』(공역), 『역사를 읽는 방법』(공역), 『종속국가 일본』(공역) 등이 있다.